박 문 치
(Singer-songwriter / Producer)
네가 좋고 내가 좋은,
미친 듯 놀고 싶은,
유쾌하고 단단한,
박 문 치
‘뉴트로 핫 아이콘’도, ‘우주에서 온 4차원 작곡가’도 아닌
‘삽질의 시간’을 거쳐 자신을 잘 세공해낸 다이아몬드 같은 뮤지션.
즐기는 자, 즐기려는 자.
우리는 박문치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D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박문치입니다.
D 요즘 관심 있는 일은 무엇인가?
동물의 숲. (웃음) 찰스가 좋아요. 저희 섬에 사는 주민이요.
어떤 동물이냐면, 개인지 고양인지 모르게 애매하게 생겼어요.
D 죽기 전에 단 한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엄청 시원한 물을 마실래요.
D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
발리.
D 어딜 가든 핵인싸 성격인 것 같다. 문치가 생각하는 문치의 성격은?
(핵인싸 성격) 맞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2학년 때까지는 약간 수줍은, 소심한 느낌이었는데 엄마가 태권도를 보내시고 그때부터 많이 바뀌었어요.
D 1년 뒤에는 뭘 하고 있을것 같나?
음악.
D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나? 미래로 가고 싶나?
미래. 미래에 제가 제일 행복할 시기. 한 10년 뒤?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었나 볼 것 같아요.
D 그렇다면 90년대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90년대를 즐기기. 거리로 나가서 돌아다니기.
D 90년대로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사람들이 어떤 걸 입고 있는지 직접 보고 싶어요.
D 박문치가 만들고 싶은 버디버디 아이디는?
㈜, ™, ㉿, 이런 거, 온갖 특수문자 다 넣어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D 요새 맥주를 마시러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박문치’의 음악이 들리지 않는 곳이 없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되게 좋아요. 응원해주는 댓글 같은 게 늘어나서 좋아요.
D 악플이 달리면 마음이 아플 것 같기도 한데..
상처를 받거나 그러지는 않고요. ‘대중들이 나를 알게 됐구나’ 하는 그런 기쁨이 있어요. 저도 스스로 찔렸던 걸 누군가가 콕 집어냈을 때 신경쓰이긴 하죠. 그냥 말도 안 되는 악플 같은 건 그냥 넘어가요.
D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나?
전 홍대 주변만 조금씩 다녀서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긴 있더라고요. ‘미디어의 힘이 엄청나네’ 느꼈죠.
D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음악을 즐겨 들으셨나?
두 분 다 (음악을) 완전 사랑하셨어요. 엄마는 올드 팝 같은 것 많이 들으시고. 한영애, 조용필, 김광석도 좋아하셨고. 음악을 하신 건 아니지만, 그냥 음악을 너무 사랑하세요. 아빠는 팝송.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같은 클래식한 것들. 이글스(Eagles).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되게 클래식한 아티스트들요. 아빠가 저한테 ‘보민이 스티비 원더 이 노래 아나?’ 이렇게 물어보실 정도로 되게 좋아하셨죠.
D 부모님의 영향도 있겠다.
네. 자연스럽게 ‘음악은 좋은 것’. 이런 인식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고 자연스럽게 많이 즐겼어요.
D 가족, 친구나 혹은 인터넷, 이런 것들에서 음악에 대한 영향을 받기도 하나?
친구들. 제가 음악을 시작하면서 친구들을 만났거든요. 근데 음악을 시작했을 때도, 학교를 갔을 때도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고요. 저는 제가 영화음악이나 영상음악을 할 줄 알았어요. 근데 주변 친구들이 하는 걸 보니까 다 다르고, 너무나 다양한 거예요. 그때 많이 배우기도 했고 ‘더 즐겨야겠다’ 이런 느낌도 받았어요. 그 말에 거의 병적으로 꽂혀 있었죠. ‘즐기는 자 이길 수 없다’.
D 가끔은 음악이 재미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즐기려고 노력하는지?
노력을 안 해요. 뭔가 지겨울 때는 솔직히 안 되잖아요. 음악을 듣고 싶을 때까지 안 들어요. 다만 해야 되는 일이 있으면 하고요.
D 좋아하는 TV 콘텐츠는?
무한도전을 되게 좋아했어요. 이유는 웃겨서. 유재석이 제일 좋았고, 하하-홍철 라인도 좋아했어요.
D 건반, 피아노가 매력있는 악기라는 이유를 어필해줄 수 있나?
누르면 바로 소리가 난다. 기타는 잡은 다음에 튕겨야 되잖아요. 두 개의 일을 해야 되잖아요. 피아노는 잘못 눌러도 소리가 나요. 쉬워서 활용하기가 좋고, 쉬워서 깊게 파기 더 어려운 거고요.
그리고 나무로 된 피아노는 무언가 감성을 자극하는 게 있어요. 나무 부딪히는 소리. 화음을 많이 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D 좋아하는 키보디스트를 꼽자면?
홍또치. 홍또치는 세션을 많이 하는 언니인데, 밴드 ‘원더월스’라고. 거기서 건반 치는 분이에요.
그 사람의 손길을 거치면 소리가 고급스러워진다고 해야 하나. 언니의 음악 소울이 대단해서 배우고 싶은 사람이에요. 저 윤석철도 되게 좋아해요.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는데, 우연히 전재섭 콘서트를 가게 된 거예요. 피아니스트가 윤석철 씨였어요. 콘서트가 되게 감명 깊었고, 그 사람 앨범을 들어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D 뉴트로 장르를 제외하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루이스 콜*. 원래 아마 드러머일 거예요. 모든 악기를 거의 다 잘 다루는 천재죠. 그리고 벌프펙**. 벌프펙은 그냥 막 너무 행복해져요. 들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Louis Cole. LA출신 싱어송라이터로, Genevieve Artadi와 함께 'KNOWER'라는 일렉트로닉 펑크 팝 듀오를 결성해 활동한 바 있다
**Vulfpeck, 2011년 데뷔한 미국 펑크funk 그룹이다
D 음악을 해온 방식이 궁금하다.
저는 약간 그런 스타일이에요. 연구가 스타일. 그냥 내가 될 때까지 하는. 내가 원하는 걸 바로 할 수 있어야 돼요. 어떤 음색을 찾더라도 머릿속에 있는 걸 바로 실현할 수 있게 만들기. 하나만 붙잡고 계속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저는 다 적당하게만 했고, 미친 듯이 잘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잘 하시는데?) 아녜요. 저는 손이 어차피 안 돌아가니까 어울리게라도 치자. 어떻게든 합주할 수 있게. 합주하는 걸 제가 너무 좋아하는데, 그러려면 솔로도 하고 그래야 되잖아요. 저 솔로 아직도 못한단 말예요. (웃음)
D 작곡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음악이 너무 좋으니까. 그래서 무슨 전공을 하지? 하고 고민할 때, 중학생 때 기타 선생님께서 기타를 전공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때 제가 ‘기타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건 뭐… 그냥 한 말인데, 현명했다고는 생각하는 게. 하하. 어차피 악기를 전공해도 다들 나중에 자신만의 음악을 하려고 하니까요. 그래서 작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와, 근데 그거 진짜 좋은 선택이었다. 찢었다. (모두 웃음)
D 곡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림을 그리듯 추상적으로 시작해요. 그래서 차차 구체적으로 디테일을 채워나가요. 정말 그림 그리듯이 ‘아 지금 작업하고 싶다’ 하면 (작업실에) 가는 거죠. 그러면 어느 날은 작업하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안 되는 날도 있고, 갑자기 무언가에 꽂혀서 잘 되는 날도 있고요. (작업을 거의 매일매일 하나 봐요?) 그렇죠. 저는 거의 솔직히 하고 싶을 때만 하자는 파예요. 프로듀서 일을 하면서,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을 맡게 되면서는 ‘하고 싶지 않아도 하는 것들’에 대해 훈련 중이고요.
D 작곡할 때 주로 쓰는 프로그램은?
로직. 로직!
D 자신이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들었을 때 좋은 것. 내가 들어도 좋고, 친구한테 들려줘도 좋다고 반응이 나오는 것. 그래서 저는 친구들한테 항상 음악을 들려줘요.
D 개인 곡 작업 방식이 다른 아티스트 프로듀싱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줄 수 있나?
다른 사람의 곡은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제가 ‘프로듀싱’을 하는 거니까 그 사람이 하고 싶어하는 것, 추구하는 것에 대해 파악을 많이 하고요. 제 곡은 엄청 자유롭게 작업해요. 넣고 싶은 대로 다 넣어요. (웃음) 박문치는 사실 제 취미 활동이었잖아요. 그게 유행을 타면서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건데. 하하.
D 파도를 잘 탔네요?
네. 시기를 잘 탄 거죠. 신기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원래 옛날 스타일 음악을 좋아했던 걸 아니까, 딱 파도 타다가 얻어걸린 그런 느낌.
1. 자기 분야에 대해서 어디까지 미쳐봤는가?
로직(작곡 프로그램, 시퀀서)을 시작할 때 삽질을 엄청 많이 했죠. 로직 선생님을 두지 않고 삽질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어깨 너머로 친구들한테 배우고. 제가 필요한 것들을 다 알게 되니까 속도도 많이 빨라지고 좋았어요. 더 많이, 더 깊게 잘 알게 되고요. 재밌게 시작한 건 다섯 시간이 지나도 다섯 시간이 지난 줄 몰라요. 몰입이 돼서. 재밌으면 시간이 훅 가요. 어찌 보면 밤을 새긴 했어요. 해보지 않은 장르를 잘 하고 싶어서 연습하느라 밤 새고 이런 적이 있죠.
D 그래서 나온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나?
음악 작업 시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딱 정해놓는 게 아니라 ‘여기에 이런 게 섞일 수도 있고 저런 게 섞일 수도 있고’ 이런 거죠.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컨셉도 그렇고. 이 곡이 웃기게 쓰일 수도 있고, 멋있게 쓰일 수도 있고. 우선 그냥 내가 듣기 좋게 만드는 거. (재미랑, 내가 좋은 거? 내 취향?) 네. 제가 좋으면 저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또 한 명은 무조건 있을 거거든요. 제 안에서 타협은 좀 하죠. ‘너무 이렇게 하면 아무도 안 들으려나?’ 그런 건 있죠. 하하.
2. 당신의 하루는 대략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특별한 스케줄이 있는 날은 다른데 평소엔 오후 12시~1시쯤 일어나서 할 일을 해요. 할 일을 우선 하고,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을 즈음에 밥을 먹어요. 밥을 먹고 만약에 시간이 난다, 그러면 누구라도 만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집에 가면 작업을 한다거나, 영상이나 영화를 본다거나, 유튜브를 한다거나, 동물의 숲을 한다거나... 할 일 있으면 또 하다가 자고요. 한 새벽 4시~5시쯤 자는 것 같아요. 오늘은 아침 8시 50분 콜이었는데, 새벽 4시에 잠들었네요.
3. 디깅에서 인터뷰를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나?
김뜻돌. 뜻돌 씨는 저랑 친한, 제가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싱어송라이터. 최근에 뜻돌 씨가 온스테이지를 찍었는데 엄청 멋있게 나왔어요.
4. 좌우명, 생활 신조가 무엇인가?
행복하게, 재밌게, 맑고 깨끗하게. 자신있게. (잘 어울린다) 고마워요.
5. 지금 꿈꾸고 있는가?
꿈? 꿈꾸고 있는 거죠. 항상 저를 사람들한테 보여주면서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가는 것.
그 보여지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 자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죠.
6. 지금 행복한가?
음. 쏘 쏘! 전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인간이어서요. 그래도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행복한데 걱정되는 것들도 많아서 쏘 쏘인 거죠. 요새는 죽음에 대한 걱정, 그런 것도 있어요. 다들 그렇겠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이 죽고 나면 그런 생각이 생기니까요. 주변 친구들도 최근에 그런 걱정이 생긴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걱정도 있고, 아. 그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건강 염려증이 있어서. 하하. 이 행복한 것도 다 몸이 건강해야 누릴 수 있는 건데, 그건 보장된 게 아니니까요.
7. 내년 목표는?
더 멋있는 작곡가 되기. (여행 가고 싶은 곳은?) 코로나 때문에 여행은 뭐… 코로나 없어지기. 루루라라 스페셜로 앨범을 내고 싶어요. 내년이 가기 전에 내면 베스트, 올해 안에 내면 더 베스트.
D 말 나온 김에 이야기하자면,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기에 더 잔혹한 환경이 됐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느낌이 이상해요. 진짜 제일 슬픈 건 공연을 못 한다는 거예요. 다 좋은 일이지만 사실 공연이 제일 재밌잖아요. 공연이 하고 싶어요. 라이브는 그 맛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공연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죠. 페스티벌에 참가를 하게 돼서 그게 취소가 안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D 끝으로 디깅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여러분, 행복하세요.
Interview l Youngmok Park
Photographer l Jinny Park
Videographer l Taeyoung Kim
Editor l Yesol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