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더 윌리엄즈' EP 리뷰
2021년의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파괴되었고, 도시의 옛 모습은 사라지고 그림자만이 남았다. 대한민국 서울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북적이던 거리와 카페, 레스토랑과 클럽은 대부분 텅 비고 황폐해졌다.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라이브 음악 씬의 즐거움이 존재했다. 모든 일이 가능할 것 같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창백하게 바래 버렸다. 썩어가는 도시의 몸뚱이만이 남았을 뿐이다.
더 윌리엄즈(@bandthewilliams)의 데뷔 EP [Hourglass With Flowing Dreams]를 들으면, 이 세상은 이제 죽어버린 곳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수면 아래서 누군가 여전히 살아남아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2021년, 언데드의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자리 잡고 앉으세요. ‘더 윌리엄즈’가 죽음의 신 하데스의 테이블 위에 일곱가지 음향 코스 요리를 푸짐하게 준비했답니다’.
오프닝 트랙 [102]는 살아남은 이들의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는 곡이다. 질주하는 베이스라인과 고조되는 기타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순간들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묻게 한다. “내가 여기 온 적이 있었던가?”, “친숙하면서도 생경하게 느껴지는데, 우리가 살아있던 때가 기억나는가?”
과거의 밴드들과 이들의 음악을 비교하는 건 전형적인 짓이라 지루할 테지만, 윌리엄즈는 이 앨범에 마치 이안 커티스(밴드 Joy Division의 보컬)의 마지막 정신을 다시 한번 되살리고자 하는 듯한 시도를 담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두 번째로 넘어가기 전에, 밴드가 확고한 음악적 비전에 따라 트랙들을 완전히 셀프 레코딩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밴드의 지휘자 가도훈과 보컬 염규훈은 그들이 사랑한 수많은 인디음악의 아카이브를 모아 그들만의 음악 파티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위에 독창적인 에너지와 개성을 얹어 각각의 음악적 재료들을 그냥 한데 모은 것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마치 청자의 멱살을 잡고 “우리가 밴드 음악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또 미래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보컬 염규훈의 분명한 어조로 “난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곡 [Lilith]보다 더 솔직한 트랙은 없다. 윌리엄즈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지쳐 있지만 당신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러 여기에 온 것이다. 앨범의 곡들을 모두 들어보면, 모든 곡이 각각 싱글로 발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곡들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러니 모두 주목하라!
[Radio Seoul]은 이 앨범에서 가장 팝적인 곡이자, 가장 반항적이고 지저분한 사운드를 담은 곡이다. 앨범 내내 지속되던 저음의 보컬은 강렬한 음악적 어택감을 위해 잠시 내려놓았고, 기타에는 리버브 대신 노이즈를 가미했다. ‘날 실망시키지 마’ 하고 외치는 보컬은 위협적이면서도 매력적이다. 누가 감히 그를 거역할 수 있을까?
물 흐르듯 이어지는 트랙들 [그을음]과 [글쎄]를 통해 우리는 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어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앨범에서 가장 강력한 리프가 담긴 마지막 곡 [아직]은 당신의 기억, 영혼, 당신이라는 인간 존재, 그 모든 것을 종합한 잠재의식을 깊게 파고든다.
‘더 윌리엄즈’는 시대에 걸맞는 밴드다. 만약 음악이라는 문화 자체가 지하 밑바닥으로 깔려버린다고 해도, 뭐 어때? 그들의 세상은 땅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 아래서 더욱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그래, 넌 이제 잠들 거야. 그리고 그걸 즐기지 않을 수 없을걸. 그리고 다가올 미래는 네가 지금까지 기억하던 것보다 더 밝을 거야.”
향뮤직(hyangmusic) 바로가기
2021.03.
글 Tommy Powell
감수 Narun
EP [Hourglass With Flowing Dreams] by ‘The Williams’ (@bandthewilliams)
Here we are in 2021, a world laid to waste by Covid fever, cities shadows of their former selves. Indeed, Seoul, South Korea has been no exception, the once bustling streets, cafes, restaurants and clubs standing largely hollow and deserted. To look back only a year ago and think that these places once housed a living breathing music scene of excitement and impossibilities. To see the world now, corpse-like and stale. To wonder, where did all go? A decaying body of a city is all that remains.
And then to hear The Williams’ debut EP [Hourglass With Flowing Dreams] and realize, this may be a dead world, but beneath its surface the dead are reanimating. Welcome to the land of the undead, 2021. Take your seats, they’ve provided audial meals aplenty, a seven course feast of musical nutrition at the table of Hades.
Opening track [102] sets us up for our banquet, a driving bassline and soaring guitar recalling a time that exists now only in the imagination. Have I been here before? It feels both familiar yet fresh, remember when we used to be alive? Comparisons to times gone by may seem lazy, but when the EP kicks into gear and the band seem to have summoned the spirit of Ian Curtis himself for one last go at life, they feel inevitable.
To step back for a second, it’s worth noting that these tracks are entirely self-recorded by a band with a clear vision. Masterminds Dohun(guitars) and Yeom (vocals) have set their own bar here for an all-encompassing romp through the indie band archives, breathing new life into their influences while topping them with a swagger and punch that makes this experience so much more than a sum of its parts.
As they rip through each track, none more potentially a single in its own right than the last, the overall effect is that they want you to know, as they grab you by the throat, ‘we are the now, the past, and the future.’
Indeed this is no more literal than on [Lilith], where Yeom tells you in no uncertain terms: ‘I don’t care anymore.’ Tired of the bullshit around them, The Williams are here to show you another way, so pay attention motherfucker!
[Radio Seoul], perhaps the most poppy track here, is simultaneously the most defiantly scuzzy, with the guitars dropping reverb for grit and Yeom abandoning his usual baritone for a more urgent attack: ‘don’t let me down’ he says, coming off as both menacing and beguiling. Would you dare defy him?
As the grooves effortlessly flow out through [그을음] and [글쎄], The Williams prove without a doubt that they own the space they’ve carved out. This is a band for our times, when music itself is driven underground, fuck it, the underground’s brighter and more alive than whatever else is happening up there anyway.
Closer [아직] brings it all together with perhaps the strongest riff on display here digging its way into your subconscious, as if it were excavating your memories, your soul, your very being.
“Yes.” say The Williams, “you’re asleep now. That’s no reason not to enjoy it. And the future is brighter than you can remember.”
2021.03.
written by Tommy Powell
edited by Narun
밴드 '더 윌리엄즈' EP 리뷰
2021년의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파괴되었고, 도시의 옛 모습은 사라지고 그림자만이 남았다. 대한민국 서울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북적이던 거리와 카페, 레스토랑과 클럽은 대부분 텅 비고 황폐해졌다.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라이브 음악 씬의 즐거움이 존재했다. 모든 일이 가능할 것 같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창백하게 바래 버렸다. 썩어가는 도시의 몸뚱이만이 남았을 뿐이다.
더 윌리엄즈(@bandthewilliams)의 데뷔 EP [Hourglass With Flowing Dreams]를 들으면, 이 세상은 이제 죽어버린 곳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수면 아래서 누군가 여전히 살아남아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2021년, 언데드의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자리 잡고 앉으세요. ‘더 윌리엄즈’가 죽음의 신 하데스의 테이블 위에 일곱가지 음향 코스 요리를 푸짐하게 준비했답니다’.
오프닝 트랙 [102]는 살아남은 이들의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는 곡이다. 질주하는 베이스라인과 고조되는 기타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순간들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묻게 한다. “내가 여기 온 적이 있었던가?”, “친숙하면서도 생경하게 느껴지는데, 우리가 살아있던 때가 기억나는가?”
과거의 밴드들과 이들의 음악을 비교하는 건 전형적인 짓이라 지루할 테지만, 윌리엄즈는 이 앨범에 마치 이안 커티스(밴드 Joy Division의 보컬)의 마지막 정신을 다시 한번 되살리고자 하는 듯한 시도를 담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두 번째로 넘어가기 전에, 밴드가 확고한 음악적 비전에 따라 트랙들을 완전히 셀프 레코딩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밴드의 지휘자 가도훈과 보컬 염규훈은 그들이 사랑한 수많은 인디음악의 아카이브를 모아 그들만의 음악 파티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위에 독창적인 에너지와 개성을 얹어 각각의 음악적 재료들을 그냥 한데 모은 것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마치 청자의 멱살을 잡고 “우리가 밴드 음악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또 미래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보컬 염규훈의 분명한 어조로 “난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곡 [Lilith]보다 더 솔직한 트랙은 없다. 윌리엄즈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지쳐 있지만 당신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러 여기에 온 것이다. 앨범의 곡들을 모두 들어보면, 모든 곡이 각각 싱글로 발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곡들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러니 모두 주목하라!
[Radio Seoul]은 이 앨범에서 가장 팝적인 곡이자, 가장 반항적이고 지저분한 사운드를 담은 곡이다. 앨범 내내 지속되던 저음의 보컬은 강렬한 음악적 어택감을 위해 잠시 내려놓았고, 기타에는 리버브 대신 노이즈를 가미했다. ‘날 실망시키지 마’ 하고 외치는 보컬은 위협적이면서도 매력적이다. 누가 감히 그를 거역할 수 있을까?
물 흐르듯 이어지는 트랙들 [그을음]과 [글쎄]를 통해 우리는 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어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앨범에서 가장 강력한 리프가 담긴 마지막 곡 [아직]은 당신의 기억, 영혼, 당신이라는 인간 존재, 그 모든 것을 종합한 잠재의식을 깊게 파고든다.
‘더 윌리엄즈’는 시대에 걸맞는 밴드다. 만약 음악이라는 문화 자체가 지하 밑바닥으로 깔려버린다고 해도, 뭐 어때? 그들의 세상은 땅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 아래서 더욱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그래, 넌 이제 잠들 거야. 그리고 그걸 즐기지 않을 수 없을걸. 그리고 다가올 미래는 네가 지금까지 기억하던 것보다 더 밝을 거야.”
향뮤직(hyangmusic) 바로가기
2021.03.
글 Tommy Powell
감수 Narun
EP [Hourglass With Flowing Dreams] by ‘The Williams’ (@bandthewilliams)
Here we are in 2021, a world laid to waste by Covid fever, cities shadows of their former selves. Indeed, Seoul, South Korea has been no exception, the once bustling streets, cafes, restaurants and clubs standing largely hollow and deserted. To look back only a year ago and think that these places once housed a living breathing music scene of excitement and impossibilities. To see the world now, corpse-like and stale. To wonder, where did all go? A decaying body of a city is all that remains.
And then to hear The Williams’ debut EP [Hourglass With Flowing Dreams] and realize, this may be a dead world, but beneath its surface the dead are reanimating. Welcome to the land of the undead, 2021. Take your seats, they’ve provided audial meals aplenty, a seven course feast of musical nutrition at the table of Hades.
Opening track [102] sets us up for our banquet, a driving bassline and soaring guitar recalling a time that exists now only in the imagination. Have I been here before? It feels both familiar yet fresh, remember when we used to be alive? Comparisons to times gone by may seem lazy, but when the EP kicks into gear and the band seem to have summoned the spirit of Ian Curtis himself for one last go at life, they feel inevitable.
To step back for a second, it’s worth noting that these tracks are entirely self-recorded by a band with a clear vision. Masterminds Dohun(guitars) and Yeom (vocals) have set their own bar here for an all-encompassing romp through the indie band archives, breathing new life into their influences while topping them with a swagger and punch that makes this experience so much more than a sum of its parts.
As they rip through each track, none more potentially a single in its own right than the last, the overall effect is that they want you to know, as they grab you by the throat, ‘we are the now, the past, and the future.’
Indeed this is no more literal than on [Lilith], where Yeom tells you in no uncertain terms: ‘I don’t care anymore.’ Tired of the bullshit around them, The Williams are here to show you another way, so pay attention motherfucker!
[Radio Seoul], perhaps the most poppy track here, is simultaneously the most defiantly scuzzy, with the guitars dropping reverb for grit and Yeom abandoning his usual baritone for a more urgent attack: ‘don’t let me down’ he says, coming off as both menacing and beguiling. Would you dare defy him?
As the grooves effortlessly flow out through [그을음] and [글쎄], The Williams prove without a doubt that they own the space they’ve carved out. This is a band for our times, when music itself is driven underground, fuck it, the underground’s brighter and more alive than whatever else is happening up there anyway.
Closer [아직] brings it all together with perhaps the strongest riff on display here digging its way into your subconscious, as if it were excavating your memories, your soul, your very being.
“Yes.” say The Williams, “you’re asleep now. That’s no reason not to enjoy it. And the future is brighter than you can remember.”
2021.03.
written by Tommy Powell
edited by Na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