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영희, 세 번째 이야기. ‘헤어진 다음 날 2ʼ - 황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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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 연애소설 '영희', 세 번째 이야기. ‘헤어진 다음 날 2ʼ




BGM ㅣ 정재일 '주섬주섬'







새벽 1시 영희에게서 메신저가 왔다. 

카페에 마주 앉아 다시 한번 헤어짐을 통보받은 후 그 녀석과 헤어지고 오후 내내 한참을 배회했 을 영희일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는지 영희는 담담하게 텍스트를 써 내려갔다. 

그 녀석의 이별 통보를 이해하겠으니 조금의 시간을 주면 빠른 시일 내에 마음 정리를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고 평소와 같은 대화를 이어갔다. 

헤어지기 2주 전 즘 그 녀석의 생일이었다. 그 녀석은 자기 생일을 한 해의 어느 날보다도 특별하 게 생각하던 녀석이었다. 그 녀석만큼이나 영희도 자기 생일을 특별히 생각하던 친구였다. 공교롭 게도 그 둘의 생일은 같은 달, 같은 주에 있었는데 잉여로운 백수생활을 하던 그 녀석에게는 여느 해보다 부담이 컸던 생일 주간이었을 것이다. 

나름 잘 나간다고 으쓱대던 그 녀석의 일거리가 떨어진지도 2개월째 되던 때였고 공과금과 휴대 폰 요금조차 밀려있는 상황이니 생활 자체가 엉망진창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보겠다 마음먹을 때면 동료 예술가들의 이상적인 이야기에 동화되어 심취하 기 일쑤였고 허구한 날 술독에 빠져 살며 그렇게 현실감을 상실해 가던 그 녀석이었다. 

그런 그 녀석의 사정을 알았는지 영희는 생일 주간을 소소히 보내자며 말하곤 했었다. 

그 녀석의 생일날이었다. 영희는 미역국과 반찬을 싸 들고 그 녀석의 집에 방문했는데 한 손에는 그 녀석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빨간 메신저 백을 들고 있었다. 그 녀석이 빨간 메신저 백을 갖 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챈 건 그 녀석의 생일보다 5일 앞선 영희의 생일 때였을 것이다. 

영희는 생일 선물로 친구에게 가방을 선물받았는데 자기가 평소 하고 다니는 스타일과는 달라 교 환을 하러 갔었다. 

가방을 백팩으로 교환하던 중 그 녀석은 진열되어 있던 메신저 백에 대해 한두 마디 던졌던 것 같 다.  

영희의 깜짝 선물에 고마운 하루였다. 집에만 있기엔 생일이 아쉬울 것 같아 그 녀석과 영희는 집 앞 산책을 나섰다. 

그 녀석의 집 바로 앞에는 영희가 좋아하던 가지 펜네를 팔던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외식은 사치라고 생각하며 보내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번화한 거리를 따라 걷다가 조용한 공원이 나오면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다 보니 해는 지고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소소히 보내기로 한 날인만큼 해질녘쯤 집으로 가기로 했으나 아쉬운 마음은 산책길을 더욱 길게 만들었었다. 


(중략) 


새벽 2시, 그렇게 평소와 같은 대화를 이어가던 영희는 대뜸 그 녀석에게 첫 번째 책상 서랍 안

에 두고 온 것이 있는데 그건 돌려줄 필요 없다며 메세지를 이어갔다. 

책상 서랍을 열고 여기저기 뒤적이다 보니 편지봉투가 보였다. 생일 때 집에 와서 몰래 두고 간 모 양이었다. 편지봉투에는 한 장 한 장마다 포스트잇이 붙어져 있던 만 원짜리 몇 장이 들어있었다.  '돈 생겼다고 술 마시지 마. 술 마실 바에 맛있는 거 사 먹어.' 같은 문구들이 써져있었는데 그 녀석 은 아무런 말을 이어갈 수없이 미안한 마음에 그저 눈물을 쏟고 말았다. 

영희, 세 번째 이야기, ‘헤어진 다음 날 2ʼ - 황유월


#연애소설 #영희 #윤상 #이별의그늘



작가 : 황유월

前 타임코스모스 운영자 (연남)

디스크쟈키, 음악프로듀서, 글쓴이, 비디오보이.

국내최초해적라디오《주파수999》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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