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와 놀던 장난감 차를 이불에 던진다. 오늘은 엄마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엄마가 또 화나지 않도록 빨리 옷을 갈아입어야지.
“다 입었냐?” 엄마가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며 물었다.
”응! 이제 가도 돼요. 아 잠깐만. “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불에 던져둔 장난감 차를 챙겼다.
”뭐 하는 거냐“ 엄마가 물었다.
”안될까요? “ 나는 장난감 차를 주머니에 넣었다.
”마음대로 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 엄마가 빈 맥주캔 위에 담배꽁초를 털며 한숨을 쉰다. 엄마와 티브이 사이에 비가 내리지 않는 작은 구름이 뜬다.
”응“ 내가 대답했다.
“정원아." 엄마가 말한다.
“네?”
”너 내가 ‘응’이라고 하지말라 했지. 내가 네 친구야?“ 엄마가 맥주캔을 찌그러뜨린다. 다 내 잘못이다. 또 금세 까먹어버렸다. 나는 왜 이렇게 항상 까먹고 엄마를 화나게 하는 걸까. 나는 맥주캔이 날아올까 봐 눈을 질끈 감았다.
”됐다.“ 엄마가 테이블을 짚고 일어났다.
”나가자.“
엄마에게 맞지 않았다. ‘응’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또 실수해서 엄마를 화나지 않게 해야지.
"7살 이하는 무료에요." 착하고 멋있는 형이 말했다.
"그래요?" 엄마가 물었다.
"성인 한 분만 결제 도와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안녕 꼬마야 오늘 무슨 동물 볼 거니?"
"사자도 보고 싶고 치타도 보고 싶고 코끼리도 보고 싶어요! 기린도 있나요?"
“그럼 방금 말한 동물 모두 있단다. 여기 있습니다. 그럼 엄마랑 재미있는 시간 보내렴.”
“감사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아이가 참 바르네요.”
“가자.” 엄마가 내 어깨를 잡고 이끌었다.
엄마랑 동물원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이 많이 없다. 아마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서 오늘 오지 못했나 보다. 나는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다. 그런 거는 필요 없다고 엄마가 말했다. 대신 나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나는 버스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시원한 물처럼 기분 좋은 바람이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혔다.
"동물원 입구입니다. 모두 하차하세요."
나는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열차에서 내렸다. 동물원 입구 문은 커다란 감옥처럼 쇠창살로 되어있고 멋있었다. 아마 동물들도 무언가 잘못해서 여기 갇힌 게 아닐까?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키가 컸다. 입구에서는 안에 있는 동물들 냄새가 났다. 나는 왜인지 동물들도 내 냄새를 맡았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동물들 대부분은 나보다 코가 좋으니까 분명 맡을 수 있을 것이다.
-
“코끼리, 고릴라, 기린, 사자, 호랑이, 양, 악어, 사슴, 또..."
나는 엄마가 화장실에 가는 동안 오늘 본 동물들이 무엇무엇 있었는지 하나하나 생각해봤다. 손가락이 부족해서 더 이상 셀 수 가 없는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계속 생각했다.
“코뿔소, 수달, 물개…” 손에는 엄마에게서 나던 담배 냄새가 났다. 아무튼 나는 오늘 많은 동물을 봤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나온 뒤 엄마와 동물원을 더 걸었고. 달콤한 냄새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솜사탕이다.”
“먹고 싶냐” 엄마가 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솜사탕이 아닐 수도 있다. 솜사탕과 ‘비슷한 것’ 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여기서 저걸 사달라 하면 나중에 솜사탕이 나왔을 때 먹을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거 솜사탕 맞아요?” 내가 물었다.
“그래, 솜사탕이야. 딱 보면 모르냐. 그래서 먹겠다고 말겠다고."
마지막 기회다. 솜사탕이 내 눈앞에 있다.
“먹고 싶어요." 나는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고 먹고 싶다고 답했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솜사탕 하나 주세요." 엄마가 동전 몇 개를 누나에게 건넨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나가 지팡이를 들고 동그란 기계 안에 손가락을 넣는다. 누나가 손을 동그랗게 두어 번 젓자 지팡이에 분홍색 구름이 조금씩 커진다. 기계 안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자,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 숙여 대답하고 솜사탕을 받았다.
“엄마 잘 먹을게요.” 나는 고개를 올려 엄마를 보며 말했다.
“그래." 엄마가 시계를 보며 답한다.
“재밌었냐?"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나무 의자로 이끈다.
“네." 정말이었다.
“그러면 잠깐 여기 좀 앉아라. 어디 좀 다녀올 동안."
“네, 기다릴게요. 솜사탕도 있으니까 기다릴 수 있어요." 말썽부리지 않고 기다리면 엄마가 또 무언갈 사줄지도 모른다.
“그래 기다려." 엄마가 말한다. 엄마 눈동자 속 솜사탕을 든 내가 보인다. 오늘 처음으로 마주치는 엄마의 눈이다.
-
엄마가 사라지고 벤치에 앉아 다리를 앞뒤로 헤엄치며 엄마를 기다렸다. 입을 크게 벌려 솜사탕을 물었다. 입안에서 솜사탕이 사라진다. 터진 배게 안에 있던 솜은 입안에서 녹지 않았다. 지금 먹고 있는 건 솜이 아니라 솜사탕이다. 설탕 맛이 난다. 이게 솜사탕이구나. 입안에서 사라지는 솜사탕은 어디로 가는 걸까. 솜사탕을 처음이라 내가 먹는 방법을 잘 모르는 걸까. 분홍색이라 딸기 맛일 줄 알았는데 딸기 맛이 아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나는 딸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 파란색 솜사탕은 무슨 맛일까. 아마 운이 좋으면 다음에 또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에 든 솜사탕이 모두 사라졌다. 나는 솜사탕 막대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주변에는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밖이 조금 어두워졌다. 나는 다른 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장난감 차를 만지작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줄어든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솜사탕이 녹아서 주머니가 끈적했다. 찝찝하다. 기분이 나쁘다. 손을 씻고 싶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 그렇지만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다. 화장실에 갔다가 엄마가 나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는 엄마에게 또 혼이 날지 모른다. 아니면 엄마를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다. 손이 끈적해도 참아야 한다.
“안녕하세요. 손님 여러분 오늘 즐거운 하루 보내셨나요? 아쉽게도 저희 동물원의 동물들은 곧 저녁 6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 합니다. 손님 여러분들도 7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그럼 부디 다음에 다시 볼 수 있는 날까지 저희는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모자를 쓴 큰 형들이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소리 지른다.
“손님 여러분들 저희 곧 동물원 문이 닫힙니다. 7시가 마지막 버스이니 모두 타실 수 있도록 출구 쪽으로 나가주세요" 동물원 문이 닫힌다. 엄마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데 안 오는 걸까.
“저 아이 뭐지?"
“어디?”
“저기, 저쪽 벤치에."
“뭐야, 저거."
형들이 말한다.
형들이 다가온다.
“꼬마야, 안녕. 엄마, 아빠는 어디 계시니?” 형이 묻는다.
“아빠는 없고, 엄마는 잠깐 어디에 갔어요.” 내가 답했다.
“그래? 엄마가 혹시 여기에 기다리라고 하셨어?”
“네." 나는 장난감 차를 세 개 움켜쥐었다.
“이름이 뭐니?”
“정원."
“정원아. 엄마를 찾아줄 테니 형들이랑 가지 않을래?” 내가 형들을 따라가는 동안 엄마가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
“싫어요, 엄마가 여기에 있으라 했어요."
“형들이랑 가자, 형들이랑 오면 동물원 전체에 방송으로 엄마를 찾을 수 있어."
엄마는 소란을 피우는 걸 싫어하신다. 내 이름이 방송으로 나가게 되어버린다면 엄마가 크게 화낼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형이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 나는 놀랐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다른 사람의 품이었다. 자상하고 따뜻한 냄새에 가만히 안겨 있고 싶었지만 나를 찾고 있을 엄마가 생각났다. 형에게서 벗어나려 온몸에 힘을 쥐어짰다. 그러나 형은 너무 강했다.
“이거 놔요!” 주먹으로 어깨를 때리고 발로 찼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몸에 힘이 빠지자 낯선 형의 품속은 집에 이불처럼 더 부드럽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나는 형에 등에 안겨 멀어지는 나무 의자를 봤다. 의자 위에 장난감 차랑 솜사탕 막대기가 있다.
의자로 돌아와 장난감 차를 주워 나를 찾는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분명 돌아올 거니까.
“그래 동물원이 가고 싶다고?” 엄마가 묻는다. 여느 때와 달리 화나지 않은 목소리다.
”네!” 내가 답했다.
“옷 입어. 가자.”
”앗싸! 동물원이다.”
방에 들어와 놀던 장난감 차를 이불에 던진다. 오늘은 엄마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엄마가 또 화나지 않도록 빨리 옷을 갈아입어야지.
“다 입었냐?” 엄마가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며 물었다.
”응! 이제 가도 돼요. 아 잠깐만. “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불에 던져둔 장난감 차를 챙겼다.
”뭐 하는 거냐“ 엄마가 물었다.
”안될까요? “ 나는 장난감 차를 주머니에 넣었다.
”마음대로 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 엄마가 빈 맥주캔 위에 담배꽁초를 털며 한숨을 쉰다. 엄마와 티브이 사이에 비가 내리지 않는 작은 구름이 뜬다.
”응“ 내가 대답했다.
“정원아." 엄마가 말한다.
“네?”
”너 내가 ‘응’이라고 하지말라 했지. 내가 네 친구야?“ 엄마가 맥주캔을 찌그러뜨린다. 다 내 잘못이다. 또 금세 까먹어버렸다. 나는 왜 이렇게 항상 까먹고 엄마를 화나게 하는 걸까. 나는 맥주캔이 날아올까 봐 눈을 질끈 감았다.
”됐다.“ 엄마가 테이블을 짚고 일어났다.
”나가자.“
엄마에게 맞지 않았다. ‘응’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또 실수해서 엄마를 화나지 않게 해야지.
"7살 이하는 무료에요." 착하고 멋있는 형이 말했다.
"그래요?" 엄마가 물었다.
"성인 한 분만 결제 도와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안녕 꼬마야 오늘 무슨 동물 볼 거니?"
"사자도 보고 싶고 치타도 보고 싶고 코끼리도 보고 싶어요! 기린도 있나요?"
“그럼 방금 말한 동물 모두 있단다. 여기 있습니다. 그럼 엄마랑 재미있는 시간 보내렴.”
“감사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아이가 참 바르네요.”
“가자.” 엄마가 내 어깨를 잡고 이끌었다.
엄마랑 동물원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이 많이 없다. 아마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서 오늘 오지 못했나 보다. 나는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다. 그런 거는 필요 없다고 엄마가 말했다. 대신 나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나는 버스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시원한 물처럼 기분 좋은 바람이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혔다.
"동물원 입구입니다. 모두 하차하세요."
나는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열차에서 내렸다. 동물원 입구 문은 커다란 감옥처럼 쇠창살로 되어있고 멋있었다. 아마 동물들도 무언가 잘못해서 여기 갇힌 게 아닐까?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키가 컸다. 입구에서는 안에 있는 동물들 냄새가 났다. 나는 왜인지 동물들도 내 냄새를 맡았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동물들 대부분은 나보다 코가 좋으니까 분명 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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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고릴라, 기린, 사자, 호랑이, 양, 악어, 사슴, 또..."
나는 엄마가 화장실에 가는 동안 오늘 본 동물들이 무엇무엇 있었는지 하나하나 생각해봤다. 손가락이 부족해서 더 이상 셀 수 가 없는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계속 생각했다.
“코뿔소, 수달, 물개…” 손에는 엄마에게서 나던 담배 냄새가 났다. 아무튼 나는 오늘 많은 동물을 봤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나온 뒤 엄마와 동물원을 더 걸었고. 달콤한 냄새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솜사탕이다.”
“먹고 싶냐” 엄마가 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솜사탕이 아닐 수도 있다. 솜사탕과 ‘비슷한 것’ 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여기서 저걸 사달라 하면 나중에 솜사탕이 나왔을 때 먹을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거 솜사탕 맞아요?” 내가 물었다.
“그래, 솜사탕이야. 딱 보면 모르냐. 그래서 먹겠다고 말겠다고."
마지막 기회다. 솜사탕이 내 눈앞에 있다.
“먹고 싶어요." 나는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고 먹고 싶다고 답했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솜사탕 하나 주세요." 엄마가 동전 몇 개를 누나에게 건넨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나가 지팡이를 들고 동그란 기계 안에 손가락을 넣는다. 누나가 손을 동그랗게 두어 번 젓자 지팡이에 분홍색 구름이 조금씩 커진다. 기계 안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자,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 숙여 대답하고 솜사탕을 받았다.
“엄마 잘 먹을게요.” 나는 고개를 올려 엄마를 보며 말했다.
“그래." 엄마가 시계를 보며 답한다.
“재밌었냐?"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나무 의자로 이끈다.
“네." 정말이었다.
“그러면 잠깐 여기 좀 앉아라. 어디 좀 다녀올 동안."
“네, 기다릴게요. 솜사탕도 있으니까 기다릴 수 있어요." 말썽부리지 않고 기다리면 엄마가 또 무언갈 사줄지도 모른다.
“그래 기다려." 엄마가 말한다. 엄마 눈동자 속 솜사탕을 든 내가 보인다. 오늘 처음으로 마주치는 엄마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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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지고 벤치에 앉아 다리를 앞뒤로 헤엄치며 엄마를 기다렸다. 입을 크게 벌려 솜사탕을 물었다. 입안에서 솜사탕이 사라진다. 터진 배게 안에 있던 솜은 입안에서 녹지 않았다. 지금 먹고 있는 건 솜이 아니라 솜사탕이다. 설탕 맛이 난다. 이게 솜사탕이구나. 입안에서 사라지는 솜사탕은 어디로 가는 걸까. 솜사탕을 처음이라 내가 먹는 방법을 잘 모르는 걸까. 분홍색이라 딸기 맛일 줄 알았는데 딸기 맛이 아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나는 딸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 파란색 솜사탕은 무슨 맛일까. 아마 운이 좋으면 다음에 또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에 든 솜사탕이 모두 사라졌다. 나는 솜사탕 막대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주변에는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밖이 조금 어두워졌다. 나는 다른 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장난감 차를 만지작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줄어든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솜사탕이 녹아서 주머니가 끈적했다. 찝찝하다. 기분이 나쁘다. 손을 씻고 싶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 그렇지만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다. 화장실에 갔다가 엄마가 나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는 엄마에게 또 혼이 날지 모른다. 아니면 엄마를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다. 손이 끈적해도 참아야 한다.
“안녕하세요. 손님 여러분 오늘 즐거운 하루 보내셨나요? 아쉽게도 저희 동물원의 동물들은 곧 저녁 6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 합니다. 손님 여러분들도 7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그럼 부디 다음에 다시 볼 수 있는 날까지 저희는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모자를 쓴 큰 형들이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소리 지른다.
“손님 여러분들 저희 곧 동물원 문이 닫힙니다. 7시가 마지막 버스이니 모두 타실 수 있도록 출구 쪽으로 나가주세요" 동물원 문이 닫힌다. 엄마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데 안 오는 걸까.
“저 아이 뭐지?"
“어디?”
“저기, 저쪽 벤치에."
“뭐야, 저거."
형들이 말한다.
형들이 다가온다.
“꼬마야, 안녕. 엄마, 아빠는 어디 계시니?” 형이 묻는다.
“아빠는 없고, 엄마는 잠깐 어디에 갔어요.” 내가 답했다.
“그래? 엄마가 혹시 여기에 기다리라고 하셨어?”
“네." 나는 장난감 차를 세 개 움켜쥐었다.
“이름이 뭐니?”
“정원."
“정원아. 엄마를 찾아줄 테니 형들이랑 가지 않을래?” 내가 형들을 따라가는 동안 엄마가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
“싫어요, 엄마가 여기에 있으라 했어요."
“형들이랑 가자, 형들이랑 오면 동물원 전체에 방송으로 엄마를 찾을 수 있어."
엄마는 소란을 피우는 걸 싫어하신다. 내 이름이 방송으로 나가게 되어버린다면 엄마가 크게 화낼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형이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 나는 놀랐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다른 사람의 품이었다. 자상하고 따뜻한 냄새에 가만히 안겨 있고 싶었지만 나를 찾고 있을 엄마가 생각났다. 형에게서 벗어나려 온몸에 힘을 쥐어짰다. 그러나 형은 너무 강했다.
“이거 놔요!” 주먹으로 어깨를 때리고 발로 찼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몸에 힘이 빠지자 낯선 형의 품속은 집에 이불처럼 더 부드럽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나는 형에 등에 안겨 멀어지는 나무 의자를 봤다. 의자 위에 장난감 차랑 솜사탕 막대기가 있다.
의자로 돌아와 장난감 차를 주워 나를 찾는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분명 돌아올 거니까.